뭐든 내 뜻대로 다 되지 않지,
분리수거를 하러 건물 뒤 쓰레기장으로 향했다.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아 태풍이 온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래서 이렇게 한여름에 바람이 부는구나"
서울에서는 태풍이 일 년에 한번 올까 말까 익숙지 않은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일상적인 하루 마감으로 향했다.
순간 나의 키보다 조금 작은 분리수거함 뚜껑을 위로 열고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려는 그 순간
철제로 만들어진 것도 그때 알았다.
내 손목 위로 뚜껑이 거센 바람에 쿵 하고 닫히며 그대로 비명을 지르고 바로 다음날 깁스 신세를 지게 되었었다.
그날 새벽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몰아친 태풍에 매장은 단수, 단전이 되어 매장 운영이 힘들어지게 되어 겸사겸사 쉬어갈 수 있었지만 참 운도 나쁘지 나의 깁스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상태였다.
결국 일을 쉬게 되었고 나는 그렇게 서귀포에서 지인이 있는 제주시로 넘어와 다시 다음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을 꼬박 쉬다 다시 카페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면접을 볼 때에도 참 달랐다.
근무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서울과는 다르게 제주에서는 제주도에서 근무한 이력만 경력으로 취급한다는 말이
나의 이제껏 경력은 무용지물이란 말에 참 야속했지만 그래도 내 코가 석자였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몸도 열심히 회복하여 또 의욕을 되살려 열심히 근무에 임했다.
그러고는 회사 직원 모두가 함께하는 회의 시간 본점으로 향하여 회의 준비를 하며 기다리는 찰나
갑자기 당황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무슨 일이야 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다가오는 검은 연기, 매장에 화재가 났다.
화재의 순간 정말 머리로는 대피해야 하는데 몸이 순간 얼음이 되고 말았다.
직원 동생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와 화재진압 중인 매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와.. 태풍에 내가 다칠 확률 그리고 내가 일하는 곳에 화재가 날 확률을 나는 여태 서울에 살면서 상상도 못했었네"
이게 두 달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이 맞나 싶게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 하나 싶게 참 우여곡절이 많은 제주도 입도기였다. ㅎ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저 웃음이 난다.
성격이 긍정적인 편이라 당시에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몰랐는데 참 다사다난 했구나 싶다.ㅎ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고비를 겪고 잘 털고 일어나 회사에서 열심히 나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늘 마음속에서 관심만 품었던,
그렇게 처음으로 나와 맞닿았던
캔들 공예, 꽃
어떻게 또 흘러갈지 몰랐던 다사다난 했지만 또 흥미진진한 나의 제주 정착기
그리고 내가 몰랐던 나의 재능 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갈 생각이다.